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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 인문학 창작소/영화 속 인문학

한국 고전 영화-자유부인(1956) 줄거리와 잡다한 생각들, 그리고 질문들

by worker-uni 2022.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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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적인 줄거리
영화 자유부인은 한형모 감독의 1956년 작으로 동명의 소설 <자유부인>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이다. 대학교 문학 수업을 통해서 처음 접하게 되었고, 1950년대의 작품이라고 생각이 되지 않는 뛰어난 영상미와 파격적인 줄거리에 매료되어 본 포스트를 작성하게 되었다.

영화는 평범한 가정주부인 오선영이 대학교수인 남편 장교수에게 양품점에게 일하게 해달라고 조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양장점에서 일을 하게 된 오선영은 친구 최윤주와 명사 부인 모임에 나가게 된 것을 계기로 댄스파티라는 것을 접하게 되고 옆집 청년 신춘호에게 춤을 배운다. 이후 오선영은 양품점의 사장, 미스터 한과도 춤바람 끝에 불륜의 관계가 되어버린다. 장 교수 역시 자신이 한국어 문법을 가르치는 박은미에게 끌리지만 둘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온다. 하지만 선영은 결국 선을 넘고 호텔에서 불륜 중에 사장의 부인에게 들키게 되고, 집에서도 쫓겨나게 된다. 또 그녀의 친구 최윤주는 불륜관계에 있던 무역회사 백 씨의 사기 행각으로 결국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갚지 못하고 자살하며 막이 오른다.

그 시대의 "자유부인"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영화는 경제적, 정신적, 사회적인 자유를 꿈꾸던 여성들을 비춘다. “남편의 억압을 받으려면 여성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하는 최마담, 오선영을 포함한 양품점의 직업들, 배움을 갈망하는 미스박 등을 통해 우리는 가정에서 벗어나 사회의 일원으로 작동하려는 당시 여성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양장점에서 미스터 한이 “여자라는 존재는 화장품의 노예일 뿐이다.” “현대의 여성들이 점점 꾸며야만 하는 매춘부적 소질이 농후해진다”라는 둥 전통적인 여성상에서 벗어난 여성들을 비꼬는듯한 말은 하지만 오선영은 수긍하지 않고 “그렇게 말하는 것은 아주 실례가 되는 말이고, 화장은 여성의 생활과 마음을 아름답게 하는 절대조건”이라며 직접적으로 반박한다. 기존의 여성상에서 벗어나려는 당시의 여성들의 모습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여성들은 가부장적이고 전통적인 가치와 충돌하고 결국 좌절된다. 가부장적인 가치를 어긴 여성들에게 주어지는 결말은 아주 비극적이다. 몸과 마음 다 주었지만 사기꾼에게 당한 최마담이나 신춘호에게 버림받고, 양장점 여주인에게 망신당하고 가정에서까지 버림받은 오선영의 모습은 흔한 그 시대의 권선징악의 결말과 닮았다. 신선한 주제에 비해 결말이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잡다한 생각들과 해결되지 않은 질문들


영화 속 춤의 의미는?

노골적인 춤을 추는 솔로 댄서


영화의 전반에 있어 “현대화 물결속에서 주체성을 띄는 여성” 과 “잔존하는 전통적인 가부장적 사회”는 충돌한다. 이 둘을 자연스럽게 융화시키는 매개체가 “춤”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속에서 춤은 상당히 이중적인 의미를 가진다. 영화 속에서 타락과 허영의 근원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일상 속에서의 탈출이자 자아실현의 도구이기도 하다. 영화는 여성과 남성의 춤에 대한 상반된 시각을 보여준다. 영화 속 남성의 시선에서 춤은 타락과 허영의 근원으로 못 미더운 존재 혹은 가벼운 유희 거리이다.이다. 영화 중반쯤 나오는 여성 무용소가 혼자 굉장히 노골적이고 성적인 춤을 추는 지점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또한 신춘호나 무역회사의 사장 등의 인물이 함께 춘 여성들을 쉽게 배신하고 떠나는 장면을 통해 춤에 대한 남성의 태도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 여성들에게 춤은 단순한 외도 수단 이상으로 가정과 일상에서의 탈출, 자아실현의 도구로서 작용된다고 생각한다. 오선영이 처음 신춘호와 춤을 출 때는 굉장히 수줍어했지만 마지막에 한 사장과 춤을 추는 장면에서는 굉장히 매혹적인 표정을 짓고 당당하게 춤을 춘다. 이러한 모습은 시간이 지날수록 진정한 "자유부인"으로 거듭나는 오선영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비춘다. 이렇게, 춤을 통한 연출은 영화의 스토리와 인물관계, 주제의식을 더욱 특별하게 보여준다.

춤을 추며 넘으면 안되는 산을 넘는 오선영과 사장 한씨



책임 없는 자유, 그리고 이중잣대
일제강점기와 6.25를 거친 격동의 시대 서구 문물과 사상이 물밀 듯이 들어오며 사람들의 생활과 사상은 크게 변화하였다. 특히 "자유" 라는 가치는 기존의 유교적 가치관을 뒤흔들기 충분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나의 자유이다"라는 신춘호의 말처럼 신세대의 청년들은 관계에 있어서도 기존의 정략적인 관계와 정절을 기반으로 하는 이성 간의 관계 역시 변화하였다. 하지만 이렇듯 급하게 들어온 자유의 이념에는 책임이 결여되어 있었다. 잘못 해석된 자유는 영화 속 모든 캐릭터들의 잘못된 이성 관계와, 금전적 사기 행각들을 대변한다. 잘못된 자유는 결국 파국에 이르게 되지만 그 모든 책임은 오선영, 최마담 같은 여성들에게 입혀지게 된다. 자유와 그 책임에 대한 이중잣대는 그 당시 사회상을 잘 보여주는 예시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장면의 의미는 무엇일까?
마지막 장면은 장교수에게 쫓겨난 오선영을 아들이 붙잡는 모습으로 끝난다. 처음에 아들이 엄마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장 교수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문을 열어주고 아들은 오선영을 붙잡는다. 오선영은 흐느끼며 다 내 잘못이야...라고 말하며 영화 속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한다. 문을 연 장 교수, 오선영에게 달려가는 (훗날 다시 기득권의 남성이 될) "아들", 잘못을 반성하는 오선영. 이 모든 건 가정의 재회복을 암시하는가? 그들은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은미와 장교수는 왜 연결되지 않았을까?
은미와 장교수는 영화 속 불륜 커플들 중 유일하게 선을 넘지 않는다. 그들은 나무를 사이에 두고 대화하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도 결국 떠난다. 은미 역시 "미국인"과 이야기하는 돈을 버는 "신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에서 비교적 이상적인 여성의 상으로 그려진다. 이 이유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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