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이야기
소공녀의 감독인 전고운 감독은 건국대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아직까지 많은 작품을 대중에게 선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작품들은 평단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내게 사랑은 너무 써'(2008), '베드신'(2012)의 두 단편을 선보인 후 '소공녀'는 그녀의 첫 번째 장편영화였다. 손익분기점을 넘지는 못했지만, 55회 대종상 영화제 시나리오상, 신인감독상 등 총 9개의 상을 수상하였다. '여성 영화감독 초청 연속강좌'에서 전고운 감독은 소공녀를 쓰며, "여성이 주인공이지만, '여성 영화'라고 떠들지 않는 영화를 만들어 세간이 여성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벗어나고자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줄거리
주인공 미소는 주변에 의지할 가족 하나 없고, 변변치 않은 월급을 받으며 가사도우미로 일하지만 위스키, 담배 그리고 남자 친구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기에 오른 물가 속에서 미소가 포기한 것은 "집"이다.
집에서 나온 미소는 이내 과거 밴드 활동을 함께 한 친구들인 문영, 현정, 대영, 록기, 정미의 집을 모두 찾아간다.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나이가 들어버린 친구들의 모습은 예전과 같지 않고, 각각의 사정으로 미소는 집에 오래 머물지 못한다.
여느 때처럼 가난하지만 행복한 데이트를 하던 미소에게 한솔은 그가 돈을 벌러 사우디 아라비아로 떠난다고 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정미의 심기를 건드린 미소는 정미에게 한심하다는 소리를 들으며 쫓겨나고 미소를 고용했던 술집여자는 임신을 했다며 더 이상 미소를 고용할 수 없다고 한다.
집과 돈, 그리고 남자친구까지 모든 것을 잃은 미소는 종적을 감춘다. 얼마 후 록인의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밴드 멤버들이 모이지만 아무도 미소의 소식을 알지 못한다. 영화는 여전히 담배를 피우고, 위스키를 마시지만 머리가 하얗게 세고, 작은 텐트에서 지내는 미소의 모습을 비춰주며 끝이 난다.
Difference between "House" and "Home"
영화 속 미소를 제외한 모든 친구들은 집이 있지만 집은 그들의 안식처가 되지 못한다. 시댁식구들과 함께 사는 현정이는 가족들 사이에서 겉돌고 눈치 보며 산다. 대용이는 전처를 그리워하면서 앞으로 20년 동안 내야 할 아파트 대출이자에 술에 젖어 매일 밤 울고만 있다. 녹이는 겉보기에는 안정적이고 화목한 집에 사는 것 같아 보이지만 속내는 매우 폭력적이고 기괴해 보이기까지 한다. 정미는 큰집에 살지만 남편의 눈치를 보며 웃음으로 자신의 본모습을 감추고 있고, 술집 여자 민지는 임신을 하며 스폰받은 집에서 쫓겨나갈 위기에 처해있다. 이는 미소가 "담배와 위스키, 한솔이 네가 있는 한 나에게는 집(안식처)"야 라고 말하는 것도 몹시 대비된다. Precarious Seoul에서 작가는 "housing"과 "home"을 구분한다. 미소의 주변인들에게는"Own place of saftey" (Jung 756), 즉 보호를 해줄 수 있는 물리적 집, "house"은 있지만 진정 마음의 안식처로 뉠 수 있는 "Home"은 없다.
우리는 영화를 보며 진정한 집, 그리고 안식처의 의미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된다. 현대사회 "집"을 가진다는 의미가 무엇일까? 미소가 돈이 없을 때 집, 후에 약 순서로 포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위스키만은 끝까지 포기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 마지막 장면 나오는 미소의 텐트는 그녀에게 "Home"이 될 수 있을까? 영어판 제목 "Microhabitat" (작은 서식처)의 의미는 무엇일까? 높아지는 집 값, 대출금을 갚느라 허덕이는 영끌족, 고시원, 옥탑방, 반전세와 같이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현대의 청년들한테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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