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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들

<낭만담론> 낭만을 기억하고자 하는 자의 몸부림/ 낭만있는 삶을 위한 4가지 키워드

by worker-uni 2022.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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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열어본 오래 된 문서함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발견했다.
바야흐로 고등학교 3학년 당시 자유주제 발표를 20분간 하라는 조금은 어이가 없던 국어 수행 과제에서 내가 발표했던 글이다. 아등바등 살아가기 바빠 현대의 도시쥐가 된 지금와서 다시 읽어보니 참 좋은 글이라고 생각이 들어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한다. 예민하고 바쁜 고3 시절에 이런 생각을하고 글을 썼다는 사실에 참으로 기특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ㅎㅎ
낭만을 기억하고자 하는 자의 처절하고도 아름다운 몸부림은 지금의 나를 제법 초라하게 만든다.

 


사실 “자유주제”라는 공지를 보고나서 일주일전에 주제를 선정할 때까지 수도 없이 많은 고민을 했어요. 과연 어떤 주제를 선정해야 하는 것일까… ?하고 말이죠. 입시를 압두고 내가 지망하는 학과에 관련된 주제를 하거나 읽었던 책을 발표할까 생각을 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좋아하고 하고 진정 하고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 이 맞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성인과 청소년의 어느 그 중간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이 시점에 “나는 무엇을 위해 지난 19년을 살아왔고, 무엇을 위해 앞으로 있을 많은 시간들을 살아갈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그 결과 내린 답변은 바로 “낭만” 이었습니다. 낭만에 대해 깊은 사유를 하기 시작한건 본격적으로 학원을 다니고 공부를 하기 시작한 중학교 1학년 때 부터 인 것 같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이나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금은 같은 일상도 다르게 살기위해 이런저런 고민을 해왔고 이로서 내린 낭만에 저에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와 제가 흩어져 버리는 낭만들을 손에 쥐기 위해서 가지고 있는 습관 몇가지를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낭만이란 무엇일까요?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낭만은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성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를 뜻한다고 합니다. 영어 단어 romance를 일본어로 바꾼 로망에서 한자로 음차 표기를하여 물결 낭에, 흩어질 만을 사용합니다. 굳이 의미를 한자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눈앞에서 흩어져 버리는 파도처럼 물밀 듯 들어왔다가 어느새 스르르 사라져 버린다는 의미를 가지지 않나 싶습니다. 저는 오늘 이런 추상적 정의 보다는 틈, 여정, 기록, 언어라는 네가지 주제로 구체적으로 제시를 해보고자 합니다.

낭만의 시작은 일상 속 작은 을 발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바쁜 일상속에서 작은 여유를 찾아 비집고 들어가 어쩌면 일률적인 일상에 약간의 변주를 주는 것이죠. 현실을 외면하기 위한 도피 혹은 은거와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현실이 두려워서 숨는게 아니라 현실에 더 잘 적응하고 담담히 마주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학원가는 차안에서 창밖의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여우



여정은 말그대로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입니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되고 꼭 누군가와 함께 떠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제가 혼자 근교로 여정을 떠나기 시작한건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수학학원에 7시간째 앉아있다가 내 청춘이 썩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건 도저히 아니다 싶어 다음날 엄마에게 학원가는척하며 무작정 버스를 탔습니다. 사실 멀리가지도 못했고 코액스에 내려서 혼자서 걷고, 쇼핑하고 놀았습니다. 근데 생각보다 재미가 없는거에요. 코엑스 앞에 보면 푸드트럭에서 혼자 밥먹고 있는 어느 외국인 할아버지한테 함께 식사를 할것을 권했고 저는 그날 장정 3시간의 대화를 마친후 집에 돌아왔습니다. 이후, 저는 혼자 이런저런 전시회나 거리들을 구경하러 다니고, 새로운 인연을 찾아 떠났습니다. 그게 집에서 얼마나 떨어졌는지와 별개로 혼자 떠내는 여행은 설레고, 2시간에던 3시간이던 하루 종일이 되었던 일상에 잠깐 찍은 쉼표는 다음에 나올 문장을 유유히 이어지게 해줍니다.

셋째, 기록된 낭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기록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 과거를 기록하는 것, 그리고 미래를 내다보고 기록하는것이죠. 글을 쓰는 것을 워낙 좋아하는지라 저는 이런저런 노트가 많은데요 첫번째로 일기가 있습니다. 저는 일기를 쓸 때 매일 매일 작성하는 일상의 기록이라는 형식에 얽매이기 보다는 그때 그떄 생각나는 것들을 적곤 하는데요, 단순히 일상 뿐만이 아니라 생각난 발명품, 시 한 조각, 그림 한켠이 모두 그 대상이 됩니다. 살다가 문뜩 떠오르는 생각만큼 자유롭고 파격적이며 낭만적인 것은 없을 것입니다. 생각을 한조각 한조각 기록 해 놓으면 그 짜릿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겠죠? 두번쨰로는 꿈노트입니다. 제가 꿈을 되게 자주 꾸는 편인데 이걸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에 몇가지 단어로 기록하려고 해요. 꿈이라는 비현실적이고 탈일상적인 공간 속에서나는 야만적이고 원초적인 생각을 할 수 있고 이 자유로운 상상은 나중에 제가 쓰는 글들에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곤 합니다.

당시 작성한 버킷리스트의 일부



끝으로 앞서 말했던 미래를 기록하는 글입니다. 작년 룸메들과 “이런 것”을 작성한 바 있습니다. 조금은 뻔할 수 도 있지만 버킷리스트 비슷한 것이죠. 조금은 억지스러울 수도 있고, 비현실적인 이야기 일 수도 있지만, 청춘이기에 이러한 큰 꿈을 꿀 수 있는거 아닐까요? 허무맹랑하게 적어놓은 어린날의 낙서를 10년뒤 발견했고, 하나라도 이룬게 있다면 이 얼마나 낭만적인 일입니까? ㅎㅎ

넷째, 언어는 낭만을 담는 궁극의 그릇입니다.
제가 언어와 낭만, 그리고 속안에 깊은 마음을 연결지어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대화의 희열이라는 프로그램에 김영하 작가님이 나와서 한 말 때문인데요, 김영하 소설가는 학생들에게 “짜증난다”라는 표현을 금한다고합니다. 짜증난다는 표현은 완전히 다른 감정의 무늬를 단순하게 뭉뚱그리는 표현이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엄마가 내 생일을 잊고 미역국을 안끓여줬을 때 이건 서운한 감정이고, 백화점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데 휴지가 없는 상황은 황당하기도하고 화가 나는 상황이 잖아요. 라는 말을 했는데, 저는 이 말에 굉장히 공감을 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고, 표면적인 감정에만 집중하여 표현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낭만의 정의로부터 감성적인 것부터 시작한다면, 낭만의 실천시작은 언어를 통해 내 감정을 정확하게 드러내는 것부터 시작하겠죠?

개인적으로 오글거린다는 말은 굉장히 많이 쓰지만 동시에 또 동시에 매우 싫어합니다. 오글거린다는 말은 감정과 진심을 모두 “감성충” 혹은 “괜히 분위기 잡으려는 녀석”으로 치부해 버리기 때문이죠. 옛 문인이 없어진 것, 세상이 전보다 조금은 각박해진 것 같습니다.

편지를 쓰거나 일기를 쓰거나 여타 다른 낭만을 기록하는 글을 쓸 때 저는 단어 앞에 수사어를 쓰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게 단순한 형용사나 직관적으로 단어의 나열 보다는 조금 더 통찰적이고 사유를 요하는 단어를 쓸 때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보는 낭만의 정의”에 조금 더 가까워 지지 않나 싶습니다.

오늘에 대한 기록은
그냥 ‘오늘’이 될 수도
각박했던 오늘이 될 수도 있지만
어제의 미결과 내일의 과제 사이에 껴 발을 둘 곳 없는 오늘이 될 수도 있는 것이죠.

일요일 점심은
행복한, 느긋한 일요일 점심이
햇볕마저 게을러져 커튼 틈으로 서서히 스며 들어오는 일요일 점심이

갓 태어난 아기의 울음은
시끄러운 울음이 될 수도
제발 평범한 삶을 살게 해달라고 신께 비는 애처로운 울음이 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같은 상황을 어떤 단어로 어떻게 표현을 하는지에 따라 그 뜻은, 이가 가진 의미는 더더욱 풍부해지고, 감정을 피부로 느끼게해줍니다.

저 역시도 엄청난 스트레스로 하루 하루 살아가는 사람이고 낭만을 잊어버리는 세속적인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낭만을 기억하고자 하는 저의 몸부림 몇가지를 오늘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하였고 여러분의 삶에 한두번의 쉼표를 찍는데 제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는 꿈을 꾸고, 일상에 문뜩 비치는 오아시스를 바라보는 여유 즘은 있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바래보며 이상으로 제 발표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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