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여행지 브뤼셀 여행
벨기에게 치안과 인종차별로 악명이 높다 보니 조금은 걱정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가기 며칠 전에 중앙 광장에서 IS가 스웨덴인 2명을 무차별 사살한 사건으로 테러 경보가 4단계 내려진 상태였고, 전 포스트에 이어 플릭스버스가 2시간이나 연착되는 바람에 늦은 밤 브뤼셀 북역에 도착해 굉장히 경계하고 있었다. 북역은 허름한 느낌에 조금 위협감이 들기는 했지만 시내로 온 즉시 이내 마음이 사르르 풀렸다. 정말 친절하고 유쾌한 사람들, 다채로운 문화유산, 맛있는 음식에 정말 이틀이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 원래 룩셈부르크에 하루 갔다 오려고 했는데, 가지 못한 게 전혀 아쉽지 않았다.
처음으로 혼자 제대로 하는 여행이었는데도 외로울 틈이 없었다. 맥주에 진심인 벨기에 사람들답게 식당 종엄원 아저씨에게 맥주 추천을 부탁하면 십오 분씩 설명을 해주시기도 했고, 우연히 참가한 Museum Night Fever 행사에서 지역 사람들과 에어로빅을 추기도 하고, 호스텔로비에서 걸스카우트 소녀들과 가라오케 행사에 참가하기도 했다. 짧은 이틀이었지만 정말 인상이 깊었던 행복했던 여행이었다.
오줌싸개 동상
첫날 시작부터 예감이 좋았다. 우중충함에 끝판왕이었던 암스테르담과 달리 하늘이 정말 맑았다. 아침으로 택한 와플집도 아주 달기는 했어도 맛있었다. 당 보충하고 오줌싸개 동상으로 향했다. 3대 허무 관광지라고 유명한 벨기에의 오줌싸개 동상. 나 역시 별 기대 안 하고 갔고 역시나 실망했다. 근데 또 이 동상이 소녀 버전도 있어서 도시 곳곳에서 찾는 재미가 있었다.



벨기에 도시 곳곳에는 초콜릿을 직접만드는 제과점들이 많다. 가을 콘셉트에 충실하게 버섯, 호박, 밤 모양의 귀여운 초콜릿들을 팔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초콜릿을 아주 좋아하지는 않는데 마시 제법 좋았다. (별개로 스위스 교환학생 수업에서 들었는데 일 년에 스위스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섭취하는 초콜릿 양이 인당 10KG이 넘는다고 한다!!!)

낮에 본 그랑플라스도 화려함 그자체. 동서남북이 각각 조금씩 다른 모양으로 되어있었는데 하나하나 뜯어보는 맛이 있더라. 10시 전에 가면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사진 남기기도 좋은 듯?

벨기에 대중교통 이용방법/ 르네 마그리트 미술관
그랑플라스를 지나서 언덕을 오르니 각종 박물관, 뮤지엄들이 모여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가는 길에 가꿔진 정원이 너무 아름다워서 기분이 좋아졌다. 참고로, 브뤼셀은 웬만한 관광지는 걸어서 20분 이내로 갈 수 있어, 첫날 북역에서 숙소로 들어갈 때 와 공항 갈 때 외에는 대중교통을 굳이
벨기에 왕립미술관 · Rue de la Régence 3, 1000 Bruxelles, 벨기에
★★★★★ · 미술관
www.google.com

르네 마그리트 미술관을 찾아 엄청 해맸는데 알고 보니 왕립미술관과 출입구가 똑같았다. 나는 왕립미술관과 마그리트 둘 다 볼 수 있는 티켓과 오디오 북을 구매했다. 학생요금으로 일반 성인 요금보다 무려 10유로나 저렴한 5유로에 구매! 국제 학생증 잊지 말고 꼭 챙겨 다니자!
먼저 들린 곳은 르네 마그리트 미술관. 3층 규모였다. 오디오북과 함께 들으니 작품세계를 조금은 이해할 숭 ㅣㅆ어따. 개인적으로 보고 싶었던 겨울비와, 사람의 아들 작품이 없는 것은 아쉬웠다.

르네 마그리트는 사물과 언어의 관계, 대상사이의 관계, 사람이 어떻게 물체를 인식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작가였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건 위에 보이는 노트 "Les Mots et Les Images" 언어와 이미지라는 작품이었다. 유명한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그림과 마찬가지로 언어와 사물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사고와 언어 구조 사이의 모순을 보여주면서 모든 것은 사물 그 자체와 그것을 재현하는 이미지나 언어 등 의 사이에는 어떠한 명확한 관계가 존재하기 어렵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뭔가 대단한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저 디자인의 노트를 샀으나 글쎄...? 아직 한쪽도 쓰지 못했다. ㅎㅎ




벨기에 왕립미술관
아니 근데 왕립 미술관 규모가 미쳤다. 지금 까지 가본 미술관중에는 단연 가장 큰 규모중 하나. 르네 마그리트 전시만 5층 규모, 어마무시하게 큰 본관이 3층 규모인 것을 모질라, 순수 미술 작품들을 전시하는 별관이 무려 지하 8층 규모였다. 지하 5층 정도 내려가니까 정신이 혼미롭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까 시간으로만 4시간, 박물관 안에서만 9000보를 걸었더라.

셀 수도 없이 많은 그림들 속에서 단연 눈길을 끈 것은 Pieter Bruegel의 그림. 현대 미술 작가인가 했는데 1500년대 작품이라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 어마어마한 상상력 속에서 탄생한 역동적인 괴생물체들이 그림을 아주 생기발랄하게 느껴지게 했다. 특히 홍합으로 표현한 괴생명체들의 날개들이 정말 흥미롭게 느껴졌다.


Museum Night Fever
그 유명한 그랑 플라스 야경을 보기 위해서 4시쯤부터 그랑플라스에서 대기를 시작했다. 일몰 시간이 가까워지자 주변 건물들에 하나 둘 조명이 켜지기 시작했고, 핀터레스트에서나 볼법한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다.

얼래 벌래 사진을 찍다가 사람들이 잔뜩 줄을 서고 있는 것을 발견해 뭔지도 모르고 줄을 섰다. 알고 보니 Museum Night Fever라는 행사였고, 19유로를 내면 브뤼셀 내에 30여 개에 달하는 박물관과 미술관을 새벽 4시까지 즐길 수 있는 행사였다. 어떤 박물관들은 클럽으로 탈바꿈하기도 하고, 댄스클래스가 열리기도 했고, 콘서트가 열리기도 했다. 지칠 대로 지친 몸이었지만, 이끌고 총 7개의 박물관을 더 방문하는데 성공헀다. 현지인들과 함께 춤추고 , 작품을 감상하는 건 즐거운 경험이었다.

. 모 음악박물관에서는 공짜로 오디오북을 나눠주었는데, 번호를 입력하면 전시된 악기의 실제 연주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깊었다.

예술과 다채로움의 나라 벨기에
벨기에에 오기 전까지 벨기에에 대해 떠올리면 와플과 초콜릿 정도만 생각이 났다. 근데 와보니 벨기에는 상상이상으로 다채롭고 유명한 문화들이 정말 많았다. 어렸을 때 많이 보던 만화 땡땡의 대모험도, 스머프도 벨기에 작품이더라. 동네 곳곳에 만화 같은 벽화가 가득하고, 다양한 동상들이 있는 게 정말 눈을 즐겁게 했다.


길 가다 뱅크시 박물관도 갔는데 속았다.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진짜 작품들은 하나도 없고, 모작들만 가득했다. 돈도 만오천 원 정도 냈던 것 같은데... 여기는 진짜 비추. 그럼에도 뱅크시의 창의적인 작품들을 한대 모아 보면서 응애 디자이너로서 의지도 다지고, 나름의 영감도 얻을 수 있었다.


제목에는 1박 2일이라고 썼지만 사실은 첫날 늦게 도착해서 2박을 했고, 비행기가 늦은 밤 이륙이었기 때문에 주요 관광지는 다 보기 충분했다. 시간이 남아서 작은 강을 넘어 주거지역까지 걸어가 보았다.

날씨도 너무 좋고, 강가 주변에 놓인 형형 색색의 바람개비들이 너무 예뻐서 걷는 내내 정말 행복했다. 중간에 현지 사람들이 어마무시하게 줄을 서 있는 카페에 들려서 대표 메뉴인 플랫화이트를 마셨는데, 인생 커피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맛이 좋았다. 벨기에 스투룹 와플과 함께하니 행복 그 자체 ㅎㅎ
길을 걷다보니 장 줄리앙 전시를 하는 미술관이 있어서 들렀다. 한국에서 할 때 방문을 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예상치 못하게 벨기에에서 만날 줄이야!! 여행의 묘미는 이런 예상치 못한 우연에서 오는 행복이 아닐까? 캔버스나 액자로 된 작품들도 있었지만 벽에 바로 쓰이고 그려진 작품들이 많아 신기헀다. 실수가 있는 경우에는 고친 흔적까지! 글씨가 꽤나 악필인지라 모두 읽지는 못했지만 작가가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들여다볼 수 있어서 흥미로운 전시였다. 이후에 삘 받아서 나도 만화 몇 장 그려봤는데 3장 그리고 흥미를 잃어버렸다. 그래 나는 항상 이렇지 뭐.... 조금 더 진득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여느 때 처럼 2시간 연착을 한 이제젯을 타고 제네바로 귀가했다. 막차를 놓쳐서 조금 화가 났지만 뭐 안전하게 귀국한 것에 무한 감사를...

짧다면 정말 짧은 벨기에 여행이었지만 이상하게 가장 기억에 남고 행복했던 여행이 되었다. 이틀 동안 10개가 너는 박물관을 가고 매일 4잔씩 맥주를 마셔서 그런가 ㅎㅎ 지적으로도 유희적으로도 가득가득 충만한 여행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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