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가 양양 인구해변으로 가는 법
머리가 복잡 복작 거려서 작년 8월 혼자 떠났던 양양 뚜벅이 여행 후기이다.
동서울 터미널에서 속초행 우등 버스를 탔다. 버스는 아주 편안했고 휴게소도 한번 들렸다. 잠들었는데 하마터면 양양에서 내리지 못하고 속초까지 갈뻔했다.
양양 버스터미널에서 내려서 창구 직원분께 인구 해변으로 가는 법을 여쭤보았더니 30분 후 출발하는 버스티켓을 주셨다. 버스가 자주 있지는 않은 것 같으니 시간을 잘 확인하고 타야 한다. 그래도 양양 터미널이 아주 깨끗하고 카페와 편의점도 있어서 대기하는 게 아주 힘들지는 않았다. 이런 아날로그함이 느껴지는 종이 티켓은 처음이었다.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이동해 인구 역에서 내렸다.
배가 고파 주변에 아무 식당이나 들어갔다. 6000원짜리 백반 치고는 반찬도 삼삼하니 맛있고 소고기 뭇국도 훌륭했던 기억이 난다.
모쿠서프 후기
여러 서핑업체를 비교해 보며 고민한 결과 모크서프를 골랐다. 서피비치 쪽 압체들의 경우 대부분 게하파티가 있고 친구단위로 핫하게 놀러 오는 청년들이 많아서 혼자가 기는 조금 부담이 되어 인구해변 쪽을 택했다. 확실히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많아 부담이 덜 되었다.
모쿠 서프 1박 2일 패키지를 이용했다. 첫날 입문강습과 게하, 그리고 둘째날 유경험자 강습까지 들을 수 있는 패키지를 15만 원 돈에 예약했고 결론적으로 꽤 만족했다. 다른 업체들은 8 명 이상으로 수업받는 경우도 많아 강사님의 세심한 강의를 받게 어려운데 모쿠서프의 경우 4인이 최대 인원이라는 점이 매우 좋았다. 또한 입문 강습을 들은 후 그다음 날에는 조금 더 심화된 유경험자 강습을 나눠 들을 수 있다는 점과 무료로 서핑 보드를 대여해 하루종일 탈 수 있다는 점이 메리트 있었다.
강습에 비해 숙소는 썩 별로였다. 침구 주변에 머리카락이 조금 있었고, 무엇보다도 모기가 진짜 많았다. 8인실 도미토리를 7인애서 사용했는데 2명이 술에 잔뜩 취향 새벽 두 시경에 우당탕탕 하며 들어와 잠을 망치고 말았다. 투숙시간 관리를 조금 더 확실히 하면 좋을 것 같았다.
알로하 웨이브
저녁 식사를 하러 혼자 방문한 곳. 서핑을 하면서 어떤 러시아 여자애랑 대화를 하게 돼서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여차저차하다가 파투가 나버려 혼자 식당을 찾았다.
밖을 보며 먹을 수 있는 책상이 참 운치 있었다. 하와이에 가본 적은 없지만 하와이 느낌이 낭랑했다. 맥주와 수제 갈릭 함박을 먹었고 총 20000원가량이 나왔다. 맛은 준수했지만 양이 아주 넉넉하지는 않아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분위기 맛집은 인정한다. 외국인 손님들도 많았고, 7시쯤 되니 자리가 거의 만석이 되었다.
행복은 한데 혼자온 여행의 적적한 마음은 숨길 수 없겠더라. 엔프피 인간에게 말할 사람이 없는던 참 힘든 일이었다. 그래도 남이 하는 불꽃놀이와 옆에 길냥이들을 구경하며 마음의 위안을 삼았다.
죽도해변 산책로/ 죽도 전망대
다음날 아침 모처럼 일찍 일어나 혼자 산책을 했다. 인구해변에서 죽도해변 쪽으로 걷다 보면 작은 산이 있는데 거기에 산책로와 전망대, 그리고 정자가 잘 조성되어 있다. 총 소요시간은 한 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해가 따가워지기 전에 움직여 아주 덥지는 않았다.
어촌마을 물회 섭국
아침을 먹으러 이동한 곳. 산책로가 끝나는 지점이자 죽도해변의 왼편에 위치해 있었다. 혼자 식사하기 좋게 닷지형 좌석이 있었고 가게도 쾌적하고 깔끔했다. 기본 밑반찬이 잘 나왔다. 자연산 물회 17000원. 솔직히 물회는 아주 감탄할 맛은 아니었다. 회가 좀 푸석했달까? 그래도 적당하게 혼자서 바닷가 기분 내면서 식사하고 싶다면 추천할만한 곳이다.
서핑 초심자 후기
첫날 수업을 들을 때 선생님이 밀어주시면 파도를 잘 잡고 균형 맞춰서 잘 일어났는데 정작 혼자 연습을 할 때는 잘 안 됐다. 둘쨰날도 마찬가지로 계속 혼자 헤매고 있으니까 어떤 아저씨가 와서 도와주셨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서핑이 너무 좋아 서울에서 강릉까지 이사를 오셨다고 한다! 파도 타이밍을 알려주셔서 계속 연습을 하다 보니 마침내 파도를 잡고 몇 번이나 일어날 수 있었다! 심지어 내가 버스에 늦을 것 같다고 하니 양양역까지 차로 내려주시기까지 하셨다 ㅠㅠㅠ 너무 감사드려 기프티콘을 보내드렸다. 역시 혼자 여행의 묘미는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것에 있지 않을까?
집에 도착하니 한 가지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서핑복이 나에게는 제법 무겁고 불편해서 반바지/ 크롭 래시가드를 입고 탔더니 그 라인 그대로 탄 것이다. 몸 앞면이야 잘 발랐는데, 혼자 간 여행이다 보니 뒷면은 잊고 말았던 것... 너무 따가워서 몇 주 동안 고생했다. 여러분은 선크림 뒤까지 잘 바르고 타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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